퇴직금에서 퇴직연금으로, 공적연금화 추진 배경과 달라지는 점

고용노동부가 퇴직급여제도의 대대적인 개편 방안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고, 둘째,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최소 근속 기간을 1년에서 3개월로 줄이는 방안입니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제도 조정이 아니라, 퇴직금 중심이었던 기존 체계를 공적 성격의 퇴직연금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퇴직금에서 퇴직연금으로, 공적연금화 추진 배경과 달라지는 점

이러한 방향으로의 전환은 몇 가지 배경에서 출발합니다. 특히 퇴직금 체불 문제 해결, 노후소득 보장 강화, 노동시장 관행 개선 등의 필요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028년을 목표로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퇴직금 체불 문제, 왜 발생하나

2023년 기준으로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퇴직급여 체불액은 총 7,289억 원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퇴직금 체불이 6,838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반면 퇴직연금 체불은 452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퇴직금 체불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퇴직금이 회사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적립되고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 퇴직금을 제대로 적립하거나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특히 자금 사정이 열악한 영세 사업장은 체불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높습니다. 반면 퇴직연금은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외부 금융기관이 관리하고 운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퇴직급여가 체불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러나 2023년 기준 도입한 사업장은 전체의 26.4%에 불과합니다. 특히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은 도입률이 10% 내외로 매우 낮습니다. 이처럼 보급률이 낮은 상황에서는 퇴직연금의 체불 방지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퇴직연금 전면 의무화, 무엇이 달라지나

퇴직금 제도를 아예 없애고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업장 규모에 따라 점진적으로 의무화를 적용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는 적립금이 외부 금융기관에 맡겨져 관리되며, 근로자가 퇴직한 후 이를 연금 형태나 일시금으로 수령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기적으로 운용될 경우 노후 소득 보장 수단으로서 기능할 수 있어 국민연금과 함께 ‘공적연금의 양대 축’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다만, 퇴직연금의 실질적 효과를 위해서는 일시금 수령이나 중도 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20년 이상 가입 후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기금, 전문적으로 운용된다면

기금이 안정적으로 쌓이게 되면, 이를 전문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공공기관의 설립도 추진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는 퇴직연금이 국내 비상장 주식이나 벤처기업 등에 투자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향후에는 운용범위를 확대하여 고위험 고수익 자산에도 분산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 중입니다.

이 경우 퇴직연금 기금은 단순한 보장성 자산을 넘어 벤처기업 성장의 마중물 역할까지 할 수 있게 됩니다. 즉, 개인의 노후 보장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투자 재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큽니다.

퇴직급여 수령 기준 완화, 어떤 변화 있나

현재 받을 수 있는 최소 근속 기간은 1년입니다. 그러나 이를 3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는 특히 단기 고용이 빈번한 취약계층과 일용직 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려는 목적입니다.

그동안 일부 사업주들은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 11개월 근무 후 계약을 종료하는 ‘쪼개기 계약’을 활용해 왔습니다. 퇴직급여 지급 기준을 3개월로 줄이면 이러한 부정적인 고용 관행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 변화는 일부 사업주에게는 추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퇴직금만 받고 이직을 반복하는 근로 행태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따라서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고용안정성과 연계된 보완책 마련이 중요합니다.

제도 시행까지의 로드맵

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제도 개편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과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노사 간 협의, 전문가 의견 수렴, 입법 과정 등을 거쳐 2028년 법 개정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도가 시행되면, 퇴직급여의 성격은 개인별 노후자산이라는 의미가 보다 강해지며, 국민연금에 더해 퇴직연금이 제2의 공적연금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무리

퇴직금 중심의 기존 제도를 퇴직연금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이번 개편은 단순한 행정 조정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체불 위험이 낮고, 안정적인 노후소득 확보 수단이라는 점에서 퇴직연금 의무화는 시대적 요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 변화에 따른 부담과 부작용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러한 점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점진적이고 균형 잡힌 도입 전략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제도 도입 이후 실질적인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하려면, 근로자 교육, 금융기관의 책임 있는 운용, 그리고 정부의 사후 관리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할 것입니다.

국민연금 연금개혁,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를 위한 개편 방향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